무엇이 바뀌었는가
What Has Actually Changed
2023년부터 현장에서 분명히 변화하고 있는 것들이 있다. 분석 요청의 성격이 달라졌고, 팀에서 분석가에게 기대하는 것도 달라지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이렇다. "SQL 쿼리를 작성해서 이 데이터를 뽑아줘"라는 요청은 줄었다. "이 데이터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알려줘"라는 요청은 늘었다.
ChatGPT가 나오기 전부터 이 방향은 예측 가능했지만, 2024년을 지나며 속도가 빨라졌다. 분석가 채용 공고에서 "SQL 중급 이상"은 이제 기본이 됐고, "AI 도구 활용 경험" 항목이 생기기 시작했다. 더 중요한 것은 비개발자들도 간단한 데이터 질문에는 스스로 답을 찾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변화가 분석가를 위협하느냐고 묻는다면 — 맞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전략적인 일을 할 기회가 늘어난다. 하지만 '쿼리를 잘 짜는 것'에만 역량을 두고 있다면, 그 포지션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SQL 쿼리를 작성해서 이 데이터를 뽑아줘'는 줄었다. '이 데이터에서 무엇을 봐야 할지 알려줘'는 늘었다."
LLM이 분석가를 대체하지 못하는 이유
Why LLMs Don't Replace Analysts
LLM이 SQL을 작성하고, 파이썬 코드를 만들고, 기초적인 EDA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분석가는 필요 없어지는 것인가? 현장 관찰에 근거한 답은 '아직은 아니고, 당분간은 그렇지 않다'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맥락'이다. LLM은 당신의 회사가 어떤 테이블 구조를 갖고 있는지, 이번 분기 KPI가 무엇인지, 이해관계자가 어떤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는지를 모른다. 분석가의 핵심 가치는 이 맥락을 이해하고 데이터 질문을 정의하는 데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신뢰'다. 조직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를 믿을 수 있다는 신뢰다. LLM이 생성한 분석을 조직이 믿으려면 그것을 검증하고 책임지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것이 분석가의 역할이다.
문제 정의 능력
Problem Definition as a Core Skill
LLM 시대에 분석가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문제 정의 능력이다. 이것은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가"가 아니라 "어떤 질문이 이 의사결정에 필요한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업 팀에서 "이번 달 매출이 왜 이렇게 낮은가?"라는 질문이 들어왔다면, 단순히 매출 데이터를 뽑는 것이 분석이 아니다. 이 질문 뒤에 있는 의사결정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가격 전략을 바꿀 것인가, 특정 세그먼트에 집중할 것인가, 팀 구조를 바꿀 것인가 — 각 결정에 따라 분석의 방향이 달라진다.
문제 정의 능력은 SQL로 개발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이해, 이해관계자와의 대화, 그리고 수십 번의 분석 경험이 쌓이며 만들어진다. LLM이 쿼리를 짜는 시대에 이 역량의 희소성은 오히려 높아진다.
"문제 정의 능력은 SQL로 개발되지 않는다. 비즈니스 이해, 이해관계자와의 대화, 수십 번의 분석 경험이 쌓이며 만들어진다."
결과 해석과 맥락화
Interpretation and Contextualization
데이터에서 숫자를 읽는 것과 그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비즈니스 언어로 전달하는 것은 다른 역량이다. LLM은 전자를 빠르게 수행할 수 있지만, 후자는 여전히 분석가의 영역이다.
"MAU가 3개월 연속 하락했습니다"라는 숫자보다, "이 하락이 신규 사용자 유입 감소 때문인지, 기존 사용자 이탈 때문인지에 따라 마케팅 투자 전략이 달라집니다. 현재 데이터로는 신규 유입 감소가 65% 원인인 것으로 보입니다"라는 문장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된다.
이 역량을 키우는 가장 빠른 방법은 분석 결과를 전달할 때마다 "다음 행동은 무엇인가?"를 함께 제안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분석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시작하는 것으로 역할을 정의하라.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
Stakeholder Communication
LLM 시대에 분석가와 이해관계자의 인터페이스가 변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 AI 도구를 직접 사용하게 되면서, 분석가에게 원하는 것은 데이터를 뽑아주는 것이 아니라 "이 도구가 틀렸는지 맞는지를 판단해달라"거나 "이 분석의 함정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이는 분석가에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요구를 만들어낸다. 단순히 결과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의 한계를 설명하고, 데이터 해석 방법을 가르치고, 이해관계자가 스스로 더 나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이 데이터 리터러시 파트너로서의 역할이다.
이 역할을 잘 수행하는 분석가는 단순히 요청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 된다. 그리고 이 역할은 LLM이 대체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이다.
현장에서 본 4가지 변화
4 Shifts From the Field
최근 1-2년 간 실제 팀에서 목격한 4가지 변화를 정리한다. 첫째, 분석 요청의 질이 높아졌다. 단순 집계가 아닌 인과 관계, 예측, "왜?"를 요구하는 질문이 늘었다. 이것은 분석가에게 더 고차원적인 사고를 요구한다.
둘째, 분석 속도 기대치가 높아졌다. LLM으로 초안을 빠르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이해관계자들도 알기 시작했다. "이게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라는 질문에 답하려면 '프로덕션 품질의 분석'이 단순 쿼리와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분석가의 글쓰기 역량이 재조명받고 있다. 슬랙 메시지, 분석 문서, 경영진 브리핑 — 어디서든 명확하게 쓰는 능력이 분석 역량과 동등한 무게를 갖게 됐다.
넷째, 도구 선택의 자유도가 높아졌다. SQL, Python, 노코드 AI 도구 중 어떤 것이 이 문제에 가장 적합한지를 판단하는 메타 역량이 중요해졌다. 단순히 도구를 아는 것이 아니라, 어떤 도구를 언제 써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역량의 기준선이 됐다.
"단순히 요청을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데이터 문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 — 이것이 LLM 시대에 분석가의 새로운 포지션이다."
